🧺 오늘은 드디어 가을옷을 꺼냈어요. 가디건 한 벌만 찾으려던 건데, 옆에 있던 옷까지 우르르. 아, 이건 더 미룰 수가 없겠다 싶었죠.
봄이를 학교에 보내고 커피에 토스트 한 장을 준비했어요. ‘먹고 나서 딱 한 칸만 정리하자.’ 분명 시작은 그랬습니다.

그런데 정신 차려보니 침대 위에 옷이 한가득. 작년에 잘 입던 니트가 나오길래 잠깐 걸쳐보고, 거울 앞에도 서보고. 정리하러 들어와서 혼자 옷만 한참 입어봤네요.
🐾 두부는 옆에 앉아서 제가 드는 옷을 따라 고개를 움직이더라고요. “너도 골라줄래?” 말을 걸어봤지만, 돌아오는 건 빤한 눈빛뿐.

줄무늬 티셔츠랑 초록 가디건은 다시 입을 옷으로 남겨뒀어요. 다른 색도 좀 입어볼까 싶다가, 결국 익숙한 두 벌부터 챙기게 되는 걸 보면 취향도 참 꾸준하죠.

☕ 그러다 문득, 아 참. 내 커피! 식탁에 돌아오니 커피는 다 식고, 먹다 만 토스트 반쪽도 그대로였어요.
다시 데우기는 귀찮아서 그대로 한 모금. 소파에 앉으면 방으로 돌아가기 싫어질 것 같아 식탁에서 마저 먹었어요. 아침부터 부지런해 보이려던 계획은 어디로 갔는지.

배를 채우고 돌아와 이번에는 정말 옷을 접었습니다. 가디건 소매가 자꾸 삐져나와서 몇 번이나 다시 접었는지 몰라요. 마지막에는 조금 삐뚤어도 그냥 두기로.
겨우 침대가 보이기 시작하니 겨울옷도 꺼내고 싶어지더라고요. 그런데 저 위 칸까지 열면 오늘 안에 끝낼 수 있을까? 잠깐 고민하다가 손을 거뒀어요.
그사이 두부는 방과 현관을 왔다 갔다. 저를 한 번 보고, 현관 쪽을 또 한 번 보고. “알았어, 이제 나가자.” 저도 옷장 문을 닫고 겉옷을 챙겼어요.

🍂 길 가장자리에 마른 잎이 조금씩 쌓였길래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, 두부가 먼저 코를 묻고 냄새를 맡기 시작했어요. 낙엽 사진을 찍으려다 또 두부 사진만 잔뜩.
두부가 멈추면 저도 멈추고, 다시 걸으면 따라 걷고. 집에서는 옷 몇 벌 접는 것도 서둘렀으면서 여기서는 한참 기다리게 되네요. 덕분에 평소보다 느리게 동네 한 바퀴.
돌아와서 침대 위에 남은 옷을 넣으니 벌써 봄이 올 시간. 간식까지 준비하고 나면 또 금방 오후가 지나가겠죠. 오늘 정리는 여기서 마쳤어요.

😊 가디건 한 벌 찾다가 꽤 멀리도 돌아왔습니다. 그래도 내일 입을 옷은 찾았으니 됐다 싶어요. 남은 옷장은… 주말의 나, 잘 부탁해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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